제주 급식용 간편식으로 경로당 '노인 밥 당번' 부담 줄인다
향토음식 활용해 개발한 간편식 급식 품평회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 향토음식을 활용한 '급식용 간편식'을 경로당 급식에 도입해 노인들의 '밥 당번' 부담을 줄이는 첫걸음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8일 제주시 연동귀아랑경로당에서 제주 향토음식의 전통과 맛을 살려 개발한 '제미(濟味·제주의 맛) 담은 간편식 경로당 급식 품평회'를 열었다.
경로당 급식은 전국적으로 어려움을 안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초고령사회 노인 대상 식사 지원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별 부식비 지원 격차가 크고, 노인들끼리 식사 준비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맞춤형 영양식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80대 노인까지 '밥 당번'을 맡아야 해 신체적 부담이 크고 안전 문제도 있다.
이번 간편식은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제주도, 제주경제통상진흥원, CJ프레시웨이, 부정숙 제주향토음식 명인이 협력해 개발했다.
간편식은 냉동 12개월, 냉장 60일 보관이 가능한 대용량 밀키트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으며 조리 가이드와 매뉴얼도 함께 제공돼 복잡한 손질 없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품평회에서 경로당 회원 5명은 CJ프레시웨이 상품MD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돌문어고구마영양밥, 무고기볶음, 양파마늘종장아찌 등을 손쉽게 조리해 경로당 회원에게 배식했다.
평소 급식 날이면 경로당 회원 4∼5명이 오전 8시에 나와 3시간가량 조리를 해야 했지만, 이날 간편식으로는 1시간 만에 준비를 마쳤다.
김영숙 연동귀아랑경로당 회장은 "쉽고 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 앞으로 경로당이나 집에서도 이런 간편식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식에 참여한 어르신들도 "제주 옛날 맛이 그대로 난다", "간편하면서도 영양도 좋아 보인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도는 전했다.
도는 이번 간편식 개발을 시작으로 고령층 맞춤형 급식 모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경로당 급식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이번 품평회를 통해 제주 전통음식과 현대 기술을 결합하면 경로당 급식의 인력·안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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