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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초시계를 봐도 허무하게 광탈했다"

  • 연합뉴스
  • 2025-12-04
  • 2
            
            [샷!] "초시계를 봐도 허무하게 광탈했다"
'흑백요리사' 식당 예약 전쟁 참전해보니…
연말까지 '풀부킹'…'핫 식당' 현장 웨이팅도 긴 줄
'체험형 소비' 부상에 예약·대기 익숙…웃돈 거래까지
디지털 예약 확산으로 고령층 등은 소외되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남자친구가 윤남노 셰프의 디핀 옥수를 너무 가고 싶어했는데 예약이 어려워서 성공하지 못하다가 취소표 잡게 되어 방문했습니다. 진짜 기분 좋은 식사를 했네요."(네이버 이용자 '사랑***')
지난달 10일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여기 매번 예약하기 어렵던데"('콩***'), "기념일에 가기 딱 좋겠어요 예약은 힘들겠지만"('쨍***')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파인다이닝(최고급식당)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킨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오는 16일 시즌2 공개를 앞둔 가운데, 모임이 집중된 연말연시 '인기 식당' 예약전쟁이 주목받는다.
수만~수십만원짜리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임에도 예약잡기가 어렵다. 이에 초시계까지 켜두고 이른바 '피 튀기는' 앱 예약 전쟁을 펼치는가 하면, 식당 앞에서 대기표를 받고 1시간 이상 기다리는 현장 웨이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SNS) 발달과 함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끼 식사가 더 이상 혀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는 체험형 소비로 확장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심지어 웨이팅을 즐기는 '0차 문화'도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화 예약 등 아날로그 방식의 예약이 사라지고 디지털 예약이 확산하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의 소외가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흑백요리사' 셰프 식당 예약 시도해보니…
지난달 말 기준 '흑백요리사' 시즌1에서 화제가 됐던 셰프들의 식당은 연말까지 대부분 '풀부킹'이다.
그중 심사위원을 맡았던 안성재 셰프의 식당 '모수 서울'은 내년 2월까지 런치 및 디너 예약이 마무리된 상태다. 빈자리 알림 신청 서비스까지 대부분 마감됐다. 내년 3월 예약은 오는 15일부터 가능하다. '모수 서울'의 가격대는 '런치 테이스팅 코스' 32만 원, '디너 테이스팅 코스' 42만 원.
'트리플스타' 강승원의 '트리드', '히든천재' 김태성의 '포노 부오노',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의 등도 연말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그런가 하면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의 식당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는 예약 전쟁이 심화하자 지난 8월 캐치테이블(식당 예약 및 웨이팅 앱) 앱에 "현재 영업 중이나 캐치테이블 예약을 잠정 중단하고, 빈자리가 생길 시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하겠다"고 알렸다.

이들 식당은 모두 예약 앱을 통해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예약에는 준비물이 필요하다. 바로 초시계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흑백요리사' 셰프 식당 예약 '꿀팁'이라며 "월요일 밤 11시 55분쯤 캐치테이블에서 식당을 검색하세요. 동시에 네이버 초시계도 켜주세요. 11시 58분 00초부터는 숫자를 소리 내어 세면서 초 감각을 익혀요"(네이버 이용자 '이당***'), "네이버 초시계 켜놓고 딱 맞춰 하세요."('땅***'), "예약 오픈날에 알람을 맞춰서 초시계를 봐도 허무하게 광탈했다"('zi***') 등의 댓글이 이어진다.
프로그램 방영 중반부터 이미 예약이 어려웠던 '흑백요리사' 셰프들의 식당은 지난해 10월 8일 마지막 회차가 공개된 이후 인기 절정을 달렸다. 당시 권성준은 SNS에 "캐테(캐치테이블) 서버가 터졌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며 "10만 명 이상이 예약을 시도해 앱이 먹통된 것 같다"고 게시했다.
'예약 대란'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을 받고 예약을 양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4일 현재 번개장터에는 '모수 서울'과 '디핀 신당' 예약을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모수 서울' 양도값만 20만 원. '디핀 신당'은 먼저 구매액을 제시하라고 적혀 있다.

◇ 젊은층, 식당 대기하며 '0차 문화' 즐겨
인기 식당 체험을 위해서라면 장시간 현장 웨이팅도 기꺼이 한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중국식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 홍대점. '개구리 다리' 같은 특이한 재료를 취급해 'MZ 세대'를 사로잡은 곳이다.
예약 앱으로 웨이팅을 걸었더니 입장 순서 140번째, 대기 시간은 180분을 넘어섰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손님 최모(25) 씨는 "저번에도 대기시간이 180분을 넘었는데 원격으로도 (웨이팅을) 걸 수 있어 그런지 (실제로) 그만큼을 기다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사람이 빠지지 않는다고 해도 1시간30분 정도까지는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틀 후인 28일 저녁 영등포구 문래동2가 식당가. 철공단지와 분위기 좋은 식당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이브리드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이곳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금'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부분의 식당 앞에는 웨이팅 접수 키오스크 기계가 놓여 있다.
한 식당 앞에서 대기하던 강모 씨는 "지금 3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더 걸릴 것 같다"며 "금요일 저녁인 데다 SNS에서 (맛집으로) 유명하니 이 정도 기다리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깃집 상록회관 문래점 직원 손창현(33) 씨는 "보통 입장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30분~1시간은 기다려서라도 맛집 경험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당 웨이팅을 하며 놀거리를 즐기는 행위를 '0차 문화'라 부르는 트렌드도 생겼다.
식당 입장 순서를 예약한 뒤 '인생네컷' 등 즉석 인화사진을 찍거나 인형을 뽑으며 대기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막상 식당에서 기대했던 맛을 만나지 못해도 무료하게 시간을 때운 게 아니라 크게 손해 본다는 생각은 안 든다는 반응이다.
문래동2가 식당가의 한 요리주점 직원 박모(25) 씨는 "손님들이 웨이팅을 걸어두고 주변을 둘러보시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웨이팅을 지루해하실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핫한 맛집 대다수 광고"…디지털·세대 격차도
이러한 '맛집 대기'의 이면에는 웨이팅 앱 도입 증가도 있다.
앱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 8월 발표한 '주요 식당 예약/웨이팅 앱의 최근 3년간 월간 사용자 수'에 따르면, 사용자 수가 2022년 102만 명에서 2025년 291만 명으로 증가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3) 씨는 "손님들이 빠르게 순서를 확인하실 수 있도록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웨이팅 앱에 대한 불신도 있다. 웨이팅이 길어서 맛집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는 것이다. 인플루언서 등의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에 낚여 불쾌했다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맛집이라길래 웨이팅을 하고 먹었지만 평범하던데"(스레드 이용자 'su***'), "요즘 핫한 맛집이라 칭하는 집들은 대다수가 광고로 만들어진 맛집들"('san***') 등과 같은 공감대도 형성됐다.

아울러 식당과 소비자의 편의를 돕는 웨이팅 앱이 고령층 디지털 격차를 심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2023년 7월에 발표한 '웨이팅 앱 사용자 연령대별 비중' 자료에 따르면, 웨이팅 앱 사용자 연령대에서 20대가 38.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30대 26.1%, 40대 22.8%였다. 그러나 50대부터 9.4%, 60대 이상은 2.1%로 줄었다.
과거에도 인기 식당을 이용하려면 전화 예약이나 현장 줄서기가 필요했지만, 앱 예약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소외 계층은 예약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0차 문화'도 젊은층에 한정된 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하는 것으로 유명한 냉면집인 중구 '우래옥'의 경우 2022년 웨이팅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현장 대기실은 대부분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친화적인 젊은층은 웨이팅을 걸어놓고 인근 을지로4가역 주변에서 다양한 '0차 문화'를 즐기는 반면, 고령층은 꼼짝없이 현장에서 대기하는 모습에 세대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반면 다른 유명 냉면집인 마포구 '을밀대'나 여의도·중구 콩국수집 '진주집'은 여전히 현장 줄서기를 고수해 '공평하고 인간적인 줄서기'와 '시대착오적으로 불편하다'는 반응이 공존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핫플레이스를 중장년층이 가는 건 드물지만 점점 현장 줄서기를 웨이팅 앱으로 대체해 이들이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서 "웨이팅을 현장에서도 할 수 있도록 추가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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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요리사[인스타그램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캐치테이블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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