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치 옹호' 벤앤제리스 창업자 "모회사 입막음에 퇴사결정"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인 '벤앤제리스'의 공동 창업자 제리 그린필드(74)가 모회사인 유니레버 탓에 회사가 예전과 달리 평화 및 사회정의 이슈에 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다며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공동 창업자인 벤 코언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그린필드의 글을 게시했다. 그린필드는 벤앤제리스에서 브랜드 대사를 맡아왔다.
그린필드는 직원들에 보낸 글에서 "벤앤제리스가 단순한 아이스크림 회사 이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할 독립성 때문이었으며 이는 유니레버가 회사를 인수할 때 보장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 평등,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애의 가치를 지키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에도 벤앤제리스는 권력자들을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워하며 침묵하고 방관해왔다"며 "회사 내부에서 그런 가치들을 전진시킬 수 없다면 내가 가진 모든 사랑과 신념을 갖고 외부에서 전진시키겠다"라고 말했다.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인 매그넘 아이스크림 측은 그린필드의 사임과 관련, "우리는 그린필드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으며, 벤앤제리스가 가치에 기반한 강한 입지를 어떻게 강화할지에 관해 두 창업자와 건설적인 대화 참여를 추구해왔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미 동부 버몬트주에 본사를 둔 벤앤제리스는 설립 초기부터 환경 보호와 인권 신장 등 진보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행동주의 경영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지난 2000년 벤앤제리스를 인수하면서 벤앤제리스 독립 이사회에 설립자의 가치와 평판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바 있다.
벤앤제리스는 최근 몇년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등 주요 이슈에 관한 입장 표명을 둘러싸고 모기업 유니레버와 갈등을 겪어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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